저 자 미셸 푸코
역 자 이 규 현
정 가 38,000원
출판사 나남출판
발행일 2003년7월5일
ISBN 8930039006
책소개
《광기의 역사》는 푸코가 소르본 대학에 제출한 박사논문이었다. 1961년에 출간되어 저자를 세상에 알린 이 책은 이후 출간된《병원의 탄생》,《말과 사물》,《지식의 고고학》,《감시와 처벌》,《성의 역사》등에서 피어나는 ‘푸코적’, ‘고고학적’ 사유의 씨앗을 담고 있다.
아이덴티티는 대립항의 설정을 통해 확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덴티티의 유지 및 강화는 대립항과의 ‘대립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말하자면 대립항의 배제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광기의 역사》는 ‘이성’(raison)이 ‘비이성/광기’(draison)를 배제, 감금하고 침묵시킨 일련의 과정에 대한 서술이다. 이러한 과정 중 푸코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인데, 17세기 프랑스에서 왕명에 의해 이루어졌던 ‘대감호’(le grand renfermement)와 대혁명 직후 등장한 정신병원의 탄생이 그것이다.
‘대감호’는 중세시대에만 해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성’과 공존하던 존재였던 광기가, 중세말 나병이 거의 사라지게 되자, 대신 감금되어야 할 존재로 주목되었고, 17세기에 부랑자, 빈민, 걸인, 범죄자 등과 함께 수용되게 된 사건을 일컫는다. ‘구빈원’으로 불린 수용소에는 파리의 경우 인구의 1%가 강제 수용되기에 이르며, 구빈원의 설립은 이후 유럽 각지로 확산된다. 대혁명 이후에는 정신병원이 탄생한다. 광기는 이제 수용의 대상일 뿐 아니라 질병이 되고 만 것이다. 광인은 쇠사슬에서 풀려나 좀더 안락한 환경에 거주하게 되지만, 이것은 박애주의의 발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이다. 광인에 대해 육체적 억압은 완화되었을지 몰라도, 광인들은 사실 이전보다 더한 배제의 영역 속에, 절대적 침묵 속에 내동댕이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금이건 강제입원이건 이러한 현상은 당시의 사상적 권력을 장악했던 계몽주의적 이성의 독단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푸코의《광기의 역사》는 그 서술작업 자체가 이성에 의해 문화의 ‘외부’로 배척되었던 비이성에 언어를 돌려주려는 시도이며, 블랑쇼의 해석처럼 ‘광기와 비이성 사이의 대화를 확립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중세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동안 광기가 이성에 내쫓기는 과정에 대한 추적은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일차 문헌과 사료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에 나타난 그대로 한편의 ‘역사’서이다. 한편, 그러한 역사적 현상을 사회학적 담론으로 이끌어 갈 뿐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철학적 전제에 대한 분석 또한 정치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광기의 역사》는 사회학적․철학적 저술이기도 하다.
이미 탈이성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인에게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비정상, 이성-비이성의 구분과 그에 따른 일방의 억압과 배제, 그리고 그 뒤에 권력의 음침한 시선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효하다면, 이 책의 독서는 지적 해방의 출구로서, 즉 ‘다르게 사유할 가능성’의 지평을 여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 자
미셀 푸코
기존 사회이론의 문제제기와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기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프랑스 쁘와띠에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 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을 공부했으며, 니체, 하이데거, 바따이유, 바슐라르, 깡길렘, 알튀세르 등의 영향을 받았다. 파리대학 반센 분교 철학교수를 거쳐 1970년 이래 꼴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지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정신의학에 흥미를 가지고 그 이론과 임상(臨床)을 연구하는 한편, 정신의학의 역사를 연구, 『광기(狂氣)와 비이성(非理性)―고전시대에서의 광기의 역사』(1961)와 『임상의학의 탄생』(1963) 등을 저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각 시대의 앎[知]의 기저에는 무의식적 문화의 체계가 있다는 사상에 도달하였다.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구조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사회 구조나 언어 구조 등의 '구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구조란 '짜여진 어떤 틀'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자아나 관념 역시 이 틀 안에서 탄생하고 전개, 소멸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의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인간의 신체가 있었다. 그는 신체야말로 권력의 시발점임과 동시에 저항의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저서인 『광기의 역사』는 근대 서구사회에 있어서 나병의 쇠퇴와 나병의 폐쇄에 따른 광인을 감금하는 장소가 개설된 사실에서 이론적 비판을 전개한 논문이다. '광기'의 개념이 형성되고 유포된 과정을 고고학적 방법으로 추적하여, 이성주의의 '차별과 배제의 논리'를 역으로 드러낸다. 어째서 이성은 비이성을 질병으로 치부했을까? 어째서 감금하고 억압하고 마침내 침묵 속에 가두었을까? 이성의 독단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타자/외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에서 푸코는 정신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인간적 장치가 아니라 이성중심적 사회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가치기준으로 광인을 추방하고 감금해온 장소로서 인간에 대한 권력의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억압적 수단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감옥은 범죄자들의 단순한 수용소가 아니라 권력의 사회통제를 위한 전략의 소산이며 그 범죄자들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유용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기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사물』(1966)과 『앎[知]의 고고학(考古學)』(1969)에서 무의식적인 심적 구조(心的構造)와 사회구조, 그리고 언어구조가 일체를 결정하며,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든가, 자아라고 하는 관념은 허망이라고 하는 반인간주의적(反人間主義的) 사상을 전개하였는데, 이것이 구조주의 유행의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