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사들이 출연하는 TED에서 전무후무한 No.1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연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Schools Kill Creativity)’의 켄 로빈슨 교수가 책을 냈다. TED에서 펼친 주장을 구체화하면서 이 시대 최대 쟁점인 교육제도의 혁신 방법에 대해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소개한다. 한국어판 제목은 『학교혁명(원제: Creative Schools)』이다.
로빈슨 교수는 ‘표준화’라는 명목 아래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획일적 교육’의 폐해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엘리트 위주의 교육제도를 탈피해 어떤 아이라도 외면 받지 않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제안한다. 그동안 제도권에서 소외돼왔던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세계 곳곳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대안교육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 주도 교육의 틀 안에서도 탁월한 혁신을 이룩한 여러 학교를 예로 들면서, 법과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기에 앞서 학교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의 ‘풀뿌리 혁명’을 촉구하고 있다. 그가 설명하는 민주학교가 일으키고 있는 바람, 거꾸로 교실의 실험성, 홈스쿨링의 장단점, 느린 교육 운동의 성과 등을 통해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전인교육’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학교혁명 시작하라!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엘리트 교육제도 버리고
아이들 스스로 배워갈 수 있는 환경 조성 시급
한국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교육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한국을 예로 들면서 화제가 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을 가늠한 잣대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험에 의한 평가가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한국의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을 바라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평가다. 또한 글로벌 교육 석학 켄 로빈슨 교수도 저서 『학교혁명』을 통해 한국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PISA 프로그램에서 줄곧 5위권에 들었던 한국을 살펴보자. 한국은 학생 1인당 약 8,200달러의 비용을 쓴다. GDP 대비 8%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 테스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면서 치르고 있는 현실적 대가는 이보다 훨씬 값비싸다. 현재 OECD 국가를 통틀어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 표준화와 시험에 대한 집착이 열등생 만들어내
교육을 누구나 받을 수 있게 제도화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있다. 하나의 표준을 만들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게 ‘부진아’나 ‘열등생’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된 것이다. 이 표준에 의해 시행되는 교육은 획일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아니고 표준을 잘 따라오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되는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획일성에 맞설 대안으로 다양성을 살리는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존재다.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맞춰 재능을 육성하는 방법도 다양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 아이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살피기 위해 도입한 것이 표준화시험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험이 교육개선을 위한 수단이 되기는커녕 시험 자체에 대한 집착으로 전락했다.
이 책 『학교혁명』에서 로빈슨 교수는 바로 이 점을 비판하면서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도입해 실행하고 있는 ‘낙오아동방지법’을 예로 든다.
그 도입 취지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에서는 총 열네 번의 시험이 의무이며 교육욕구에 따라 더 많은 시험을 치른다. 이런 시험들에서 성적 표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대규모 교직원 감축이나 심지어 폐교까지 각오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에 시험 없이도 PISA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의 표준화시험은 고등학교 말에 치르는 시험 한 번뿐이다. 핀란드의 선택은 시험을 준비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교사들을 준비시키는 방법을 표준화한 것이었다.
― 지금 당장 학교혁명 시작하라
인생에는 표준 경로가 없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뜻밖의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직업이 생겨나듯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진다.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과목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로빈슨 교수는 “제도권 교육만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들이 가진 전반적 역량을 다양한 방식으로 키울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더 이상 학교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졸업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교육의 균형을 잡아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의욕을 북돋아줘야 한다. “교육이 할 일은 아이들이 미래를 멋지게 만들도록 돕는 것”이다.
교육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교육제도를 고쳐서 아이들 개개인에 알맞은 지도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제도가 바뀌기까지 고통 받고 희생해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로빈슨 교수는 “표준화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간디가 말했듯,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자신부터 변하라고 충고한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변화한다면 그것은 운동이 되고 그 운동이 충분한 열정을 끌어낸다면 혁명이 된다. 역사를 보면 혁명은 입법을 기다리지 않는다. 현재의 교육에도 바로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걱정스럽다고 느낀다면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켄 로빈슨 교수와 함께 지금 당장 ‘학교혁명’의 대열에 합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