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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1월20일 16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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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레종 설화를 읽고 에밀레종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일은,
        중대 신라의 정치사를 읽는 일이며, 신라의 미학을 읽는 일이다.
        또한 전설, 설화라는 가면 속에 감춰진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 《에밀레종의 비밀》은,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의 뒤를 잇는 저자의 두 번째 연구서이다. 이 책은 시중에 범람하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감상문이 아니며, 쇼비니스트의 허황된 프로퍼갠더가 아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치열한 과학적 사유와 실사구시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저자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을 둘러싼 그동안의 담론들, 곧 국문학계, 역사학계, 미술사학계 등에서 강조해온 여러 견해들에 처절할 정도의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에밀레종전설은 과연 실화일까. 에밀레종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국보 목록의 한 칸을 채워주는 고대예술품의 하나일 뿐인가. 에밀레종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이고, 또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저자는 에밀레종 전설과 만파식적 설화에 대한 신화학적 해석 및 에밀레종 자체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기존의 통설들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다. 그리하여 에밀레종전설은 무열왕계 중대왕실의 몰락이라는 궁중비극을 고발하고 있으며, 또 에밀레종은 천하를 재편한 문무왕의 욕망--소리로 세상을 다스려라--을 담지하고 있는 신기神器로서 제작되었다는 점을 논증해낸다. 그리고 그것은 삼한통일이라는 역사적 격변을 거쳐 이 땅에 도래한 평화의 선물임을 추적해 낸다. 저자는 7,8세기 이 땅의 사람들이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한 그 무엇인가가 에밀레종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정신사로서의 미술사’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 신라기 궁중암투극의 생생한 증언, “에밀레종 설화”의 진실 찾기

에밀레종 설화는 다름 아닌 중대 신라 왕실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폭로하는 하나의 알레고리이다. 뜨거운 용광로 속에 던져진 어린 아이는 결국 중대 신라기 권력다툼에서 희생된 혜공왕을 상징하며, 제 아이를 제물로 바친 어미는 당시 혜공왕을 쥐락펴락하며 섭정을 한 대비大妃 만월부인임이 추적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다. 따라서 에밀레종 설화는 혜공왕을 동정하고 외척 세력을 비난한 정치고발의 문학적 형상화인 셈이다. 에밀레종전설은 그 어떤 사료보다도 리얼하게 중대신라 궁중에서 벌어진 배신과 음모의 역사를 증언한다. 여덟 살의 유소년으로 등극했으나 모후 만월부인의 배신으로 약관의 나이에 비명횡사한 가련한 청년 혜공왕의 외마디 절규가 들려온다. 서라벌 사람들이 하대 신라 실력자들의 눈을 피해 혜공왕을 추모하는 은밀한 제식祭式에서 나지막하게 읊조리던 피 묻은 제문祭文이 에밀레종 설화인 셈이다.


“소리로 세상을 다스려라”, 신라인의 낭만적인 정치학

에밀레종 설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보로 한다면, 그 모체가 되는 에밀레종이 형상화한 것은 무엇인가. 에밀레종이 담지한 이념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설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곧 ‘만파식적’ 설화이다. 이 설화는 삼국통일을 완수하고 평화와 화합의 시대를 열어젖히고, 저 먼 동해바다에 묻혀 있는 문무왕의 신기담이다. 만파식적 설화란 동해용왕으로 환생한 문무왕이 신문왕에게 대나무를 전하며, ‘소리로 세상을 다스리라’ 하는 일종의 신탁을 내린 이야기를 말한다.
만파식적의 원자재가 된 대나무는 이전까지는 죽창이라는 무기에 지나지 않았으나, 문무왕의 신탁으로 말미암아 악기로 환생한다. 신라인은 ‘소리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낭만적이면서도 시적인 소망을 설화 속에 담아낸 것이다. 이 소리의 정치학은 통일 국가를 이룩한 신라에서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였다. 각자의 소리를 내되, 경계를 허물어 조화로운 화음의 세계를 이룩하고자 한 문무왕, 또는 신라인의 소망을 집결한 것이 이 만파식적 설화인 셈이다.


에밀레종에 대한 기호학적 독해, 정신사로서의 미술사 읽기

사실 이 책은 에밀레종이라는 예술품에 대한 정치학적 독해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에밀레종이 이룩한 미학적 성취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신라 혹은 신라 중대왕실이 추구한 이념과 소망에 따라 한 타래의 실에 꿰어 있는 황룡사 9층탑, 사천왕사, 능지탑, 대왕암, 감은사와 감은사석탑, 만파식적, 황룡사대종, 상원사종 등 신라의 신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엮여 있다. 이들은 상보관계를 맺으면서, 중대 신라의 역사를 재현해낸다. 물론 이 논의의 중심에는 에밀레종이 있다.
에밀레종이 보여주는 정교한 조형원리는 무작위로 이루어진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한 조형원리에 따라서 치밀하게 기획된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에밀레종이 가지는 진짜 가치를 알 수 있으며 이것이 천하의 신품,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 중에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부  음습한 진실, 에밀레종의 전설―에밀레종 전설에 감춰진 폭력적 진실을 파헤치고 설화의 원형적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중대 신라의 정치적 상황에서 추적한다.

제2부  신라 신3보에 담긴 무열왕계의 꿈―신라 역사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무열왕계 탄생 과정을 살펴보고, 이 시기에 등장한 신라 보물들을 살펴보면서 이 왕실이 추구한 이념과 소망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신기신앙과 중대왕실이 추구한 소리의 정치학을 집중 탐구하며, 이 과정에서 에밀레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유추한다.

제3부  에밀레종의 신비―에밀레종에 대한 기호학적 독해를 통해, 미학적 성취뿐 아니라 그것이 담고자한 당대 신라인의 욕망과 소망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라종의 역사, 더 나아가 여타 종들과 신라종의 차이가 드러나며, 기존의 신라종에 대한 논의의 허점이 조목조목 드러난다.

제4부 거장들의 세계―천하의 신품을 창조한 신라 장인에 대한 헌사의 장이며, 잊혀지거나 버림받은 우리 종에 대한 되살림의 장이다. 국보로 지정되었으나 몇몇 학자들의 단편적인 지적으로 국보자리에서 쫓겨난 ‘구 조계사종’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과, 에밀레종과 함께 신품의 반열에 오를 만한 오대산 상원사종에 대한 찬사 등이 주 내용을 이룬다.


저자 소개

성낙주 : 동국대 국문과 졸업, 현재 서울 중걔중학교 교사 재직중

1981년 말, 에밀레종의 음관音管이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노학자의 주장이 실린 신문 보도를 보고
저자는 흡사, 저 검푸른 역사의 심연에서 만파식적의 선율을 듣는 듯했다.
이 책은 그때의 감동을 간직한 채 살아온 저자의 오랜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갈무리한 것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인간 붓다의 슬픔을 추적한 장편소설 《차크라바르틴》(1995)이 있으며,
비평 <문화전사 유홍준의 미덕과 해악>(1997) 및〈석굴암을 위한 변명〉(1998) 등을 발표했다.
한편 석굴암 담론의 새로운 정립을 시도한 연구서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1999)을 출간했다.
주요 논문으로 〈20세기 초 사진 텍스트 분석을 통한 석굴암 건축구조 해석〉(2006), 〈에밀레종 전설 연구사 비판〉(2006),
〈‘신라종’ 양식의 기호학적 해석〉(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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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영 (young@newssunin.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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